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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일수록 ‘기록’이 무기인 이유
dev몽 ·
연차가 적을 때 제일 자주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 그동안 도대체 뭐 했지? 한 게 진짜 없는 것 같네.’
저 역시 3년 차까지 딱 그랬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며 지난 커밋 기록과 회고를 샅샅이 뒤져보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말 한 게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요.
📌 주니어의 성과는 원래 잘게 흩어져 있다
시니어의 성과는 굵직합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크게 남죠.
‘결제 시스템 리드’, ‘신규 서비스 런칭’ 같은 식으로요.
하지만 주니어의 성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매번 반복되던 배포 과정을 스크립트로 자동화하고, 남들이 놓친 버그를 미리 잡아내고, 히스토리가 없어 다들 헤매던 기능에 주석을 달아두는 일.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참 사소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조각들이 모여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라는 단단한 평판을 만듭니다. 문제는 너무 사소해 보인 탓에, 일을 한 당사자인 나조차도 금방 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 “한 게 없다”는 대개 착각이다
‘나 한 게 없다’는 무력감은 실제로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지난 성과의 기억이 흐려져서 오는 착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뇌는 생각보다 망각에 취약해서 대개 최근 2주 정도의 일만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러니 평가철에 반년 전 내가 흘린 땀방울이 떠오르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끝에 커밋 메시지를 쓰듯 딱 한 줄씩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무엇을 했고, 어제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말이죠.
📌 주니어일수록 기록이 '유일한 증거'가 된다
경력이 쌓이면 성과가 굵직해서 저절로 기억에 남고, 직함이 나를 대신 증명해 주기도 합니다.
반면 주니어는 성과가 잘고, 내세울 만한 거창한 타이틀도 아직 없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남기는 기록이야말로 내 역량을 증명할 거의 유일한 증거가 됩니다.
칼 뉴포트(Cal Newport)는 그의 저서 『So Good They Can’t Ignore You』에서 ‘커리어 자본(career capital)’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나 원하는 커리어는 막연히 열정만 좇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희소하고 가치 있는 실력을 먼저 쌓아야만 비로소 따라온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를 ‘장인 마인드셋(craftsman mindset)’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주니어에게 이 커리어 자본을 채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기록입니다. 장인이 매일 도구를 벼리듯 쌓아 올린 작은 결과물들, 그리고 그 축적의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는 유일한 매개체가 바로 나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심히 남기는 하루 한 줄은, 정확히 1년 뒤의 나에게 보내는 가장 든든한 구원 투수입니다.
이력서를 새로 쓸 때, 평가 면담에 들어갈 때, 혹은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내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야 할 때.
그때 가서 하얗게 비어버린 기억을 쥐어짜며 괴로워하지 마세요.
그저 매일 차곡차곡 쌓아둔 나만의 기록들을 자신 있게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